더존비즈온 회고록2(2017.09 ~ 2019.07) - 잡초같은 개발자
지난 1년 9개월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정말 잡초(?)같은 개발자의 생활을 한 것 같다.
조직이 생긴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일단 개발자는 뽑았는데, 어떠한 직무를 수행해야할지 정해둔 게 없어보였다. 초반 1년 가까운 시간 동안은 패키지 상품의 커스터마이징을 주로 했고, 이것조차 일감이 없어 개발이 아닌 다른 단순 반복 업무를 하는 일도 잦았다. 내가 속한 조직도 하루 아침에 바뀌는 일도 많았다.
물론 일거리가 없다고 해서 웹서핑을 하거나 딴 짓을 하지 않고 기업의 테크 블로그, 기술 블로거들의 포스팅, 알고리즘 등을 보고 공부하며 시간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읽었던 책 중 '소프트웨어 장인'에서 저자가 말한 '저자의 동료'처럼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대략적인 기억으로 저자와 동료가 서로 다른 회사에 취업했는데, 동료가 '자신이 회사에서 맡은 일은 커리어에 도움이 안되고 성장하는데 아무 쓸모가 없어 성장하지 못하고 좋은 커리어를 쌓지 못했다'고 자신에게 말했단다.
이에 저자는 '정말 성장할 의지가 있었다면 개인 시간을 활용해서라도 공부하고 개발을 하면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고 그저 그것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던 것 같다.
평일은 퇴근 후 2시간은 공부하고, 주말은 최소 2-3시간은 공부하려고 노력했다. 작년 9월부터는 시간을 분배해서 아침 일찍 출근해 1시간을 공부하고, 퇴근 후 1시간-1시간 30분 공부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이러면서 개발 블로그, 깃허브를 꾸준히 하고 기술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기술 트렌드와 꼭 읽어봐야할 책들을 파악했다.
실질적으로 제대로 개발한 건 작년 11월부터 하나의 서비스를 맡음으로써 개발다운 개발을 했다. 이때까지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정말 불안했다. '개발자가 개발도 못하고 있는데 과연 내가 여기서 성장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잠이 안 올때도 있었다.
그동안 개발에 대한 욕구가 꾹꾹 눌러져있던 상태였던지라 서비스를 맡고나서 미친듯이 기분좋게 개발했다. 바빠도 패키지 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내가 만든 서비스를 사람들이 사용할 생각에 뿌듯했다.
이렇게 열심히 즐겁게 할 수 있는 개발자를 1년 넘는 시간동안 묵혀놓았다는 걸 회사가 아쉬워했으면 했다.(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심적으로 힘들었던만큼, 함께 입사한 내 상사분들과는 둘도 없을만큼 친한 사이가 되었고 힘든 부분을 터넣고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이분들에게 회사생활, 회사 속의 인간관계, 개발자의 생각과 태도, 가장 중요한 개발 스킬을 정말 많이 배웠다. 회사에 와서 느끼고 있었고, 지금 카카오 입사확정을 받은 상태에서 더욱 굳혀진 생각이 있다.
어떤 회사에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배울 수 있는 사람과 일하는게 더 중요하다.
솔직히 말해, 난 회사에서 배운 것보다 바로 내 상사인 두 분에게서 배운게 훨씬 많다. 더존비즈온에 들어온 것보다 이 두 분 밑에 들어온게 크나큰 행운이었고 다시 없을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인간으로서나 개발자로서나.
이직을 결심한 이유는 기술적인 성장이었다. 우리 회사가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라 기술력에 대해서 BtoC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비해 관심이 적었고, 업무적인 부분을 더 중요시했다. 업무적인 부분은 물론 중요하지만 개발자가 개발을 즐겁게 하려면 기술적인 새로운 시도, 혹은 재미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도메인적인 부분도 컨텐츠, 플랫폼에 관심이 더 많다.
나름 디자인 패턴의 적용(무분별한 setter보단 builder 패턴 적용), JUnit의 활성화, Lombok의 도입, HashMap보다는 VO 또는 객체 중심적인 개발을 하자고 코드리뷰 때 설득을 해봤지만, 받아들여진 부분도 있었고, 안정성 문제 또는 '너만 사용하는 코드면 무슨 의미가 있나' 라는 말로 거절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걸 건의했다. (더존에 계속 있었다면 결국 나도 지쳤을 것 같다.)
위의 부분은 미시적인 부분이고, 거시적인 부분에서 spring boot(회사에서 spring 3 버전을 보통 사용하고 있다.), java 8의 람다식, git으로 하는 형상관리, jenkins, kotlin 같은 새로운 기술들을 사용해보고 싶었다.
개발적인 열망이 대단한 개발자들 또는 엄청난 실력을 가진 개발자들과 일하면 어떨까라는 궁금증과 욕심이 생겼고, 이직하기 위해 더욱 스스로에게 채찍을 가했고, 결국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카카오'에 합격했다.
컴퓨터에 '컴'자도 모르던 행정학과 졸업생이 코딩을 배운지 약 2년만에 '카카오'에 붙었다면 믿어지겠는가?
더존비즈온에서 햇병아리 개발자로서 아주 많은 것을 얻어간다. 지금도 햇병아리다. 그렇기에 내 성장은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