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엔드 개발자] 대학교에서 직업 강연을 해보았다.
블로그로 알게 됐지만 지금은 아주 친한 사이가 된 친구와 술자리 중에 자신의 모교에 직업 강연을 권유받았다.
백엔드 개발자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해당 직무에 대한 주제로 하는 강연이었다.
남들 앞에 나서서 이야기를 해본지가 오래되어 당황스러웠다. 누구 앞에 나가 발표하는게 대학생 때가 마지막이었을 것이다.
다음날까지 답을 주면 된다고했다. 편하게 술을 먹고 집에 와서 생각해봤다. 원체 '인생에 경험이 된다 싶은건 다해보자'는 주의라 깊이 고민하진 않았고, 다음날 하겠다고 친구에게 답해주었다.
대상 학교 담당 선생님과 연락을 하게됐는데, 1시간 정도일 줄 알았던 강연 시간이 3시간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어우.. 발표 제일 많이 하던 대학생 때도 30분 이상 발표를 해본적이 없는데, 3시간을 어떻게 하나 싶었다.
담당 선생님이 2시간 반까지는 어떻게 되겠지만, 그 이상으로 시간을 줄일 수는 없다고 하셨다. 강연을 하겠다의 고민은 길게 하지 않았지만, 강연 시간 때문에 해야할지 말아야할지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기왕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기 때문에 '에잇 어떻게든 되겠지' 마음으로 담당 선생님에게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강연 당일까지 2주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3시간을 발표해야할 생각하니 아득했다. 주제 선정, 목차 구성, 피피티 작업 등 칼퇴하고 강연 준비에 매달렸다. 1주일 남았을 때는 새벽 늦게까지 준비했는데 ppt 슬라이드가 50장은 나왔다.
어차피 3시간 강연하려면 완벽한 스크립트는 불가능에 가까울거라 생각해 슬라이드마다 큰 맥락의 단어들로 작성해서 준비했다.
당일 강연하기로 한 대학교를 가는 길이 무척 긴장됐다. 편하게 업계 선배로 임하자를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내심 2~3명만 왔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럼 편하게 할 수 있을텐데 싶어서.
10~15명 정도 강의실을 채웠는데, 준비해간 피피티를 띄우려니 설치된 데스크톱으로만 프레젠테이션이 연결돼서 1차 당황했다. 부랴부랴 pdf로 전환해서 데스크톱에 다운받아 발표했다.
시작하고 15분 후까지는 긴장으로 목소리가 떨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서서히 긴장이 풀리면서 목소리가 떨리는건 멈췄다.
물론 내가 전문 발표자는 아니다보니 말이 중언부언했을 것이다. 왜냐면 강연이 끝난 뒤 내가 했던 말들의 디테일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놀랐던 건 어떻게 어떻게 시간을 다 채웠다는 것이다. 시간 분배에 실패할까 조마조마했는데, 준비한 구간에 맞춰 생각한 시간에 끝낼 수 있었다.
3시간을 말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3시간을 끝까지 경청해준 학생분들에게 고마웠다. 대학생 때 연강 3시간은 버티기 힘들었던걸 회상해본다면.
내가 이분들에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담당 선생님이 학생들이 작성한 강연 후기를 문자로 보내주셨다.(좋은 말이 적힌 것만 보내주신거겠지..? ㅎ)
보람찼던 경험이기에 기록으로 남겨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