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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시대, 여행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한다는 건
    개발 일기장/개발 일상 2020. 9. 13. 23:51

    언제부터인가 블로그에 기술 포스팅보다 내가 겪었던 경험들을 읽으러 오는 분들이 많아져 어떤 생활적인 면을 글로 남기고 싶었다. 

     

    어떤 글을 써볼까하다 제목과 같은 주제를 떠올리게 됐다. 코로나가 판을 치는 시기에 여행 회사에서 개발자로 일한다는 것이 써볼만한 주제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참고로 기술적인 얘기를 기대했다면, 이번 포스팅에서 기술적인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현실과 상황

     

     

    코로나 또는 전염병의 확산은 외부출입과 타인과의 접촉을 줄이게 하고, 이는 여행 수요의 감소로 이어진다.

     

    나는 여행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다니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회사는 그 피해를 직격타로 맞았다. 

     

    언택트 시대에 IT업계가 더욱 대세가 될거라한다. 카카오, 네이버, 배달의 민족처럼 온라인, 비대면 비즈니스가 강하면 좋겠지만,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비즈니스는 온라인을 이용해 오프라인으로 뛰쳐나가게 하는게 주요 목표이다.

     

    입사한지 3주만에 재택근무를 했고, 좀 나아진다 싶으면 그때마다 신천지니, 사랑제일교회니 사건들로 코로나는 재확산 되었다.

     

    게다가 우리 회사는 국내 여행이 아닌 해외 여행을 타겟팅으로 한 플랫폼 회사였기에 그 피해는 더욱 컸을 것이다.

     

    예상하겠지만, 해외 여행을 대상으로하는 여행 회사라면 코로나 시대에 어떤 상황을 직면했을까.

     

    입사시기인 올해 2월까지만 해도 국내 여행에 대한 대비는 거의 없는 상태였다.

     

    어차피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피하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할 게 없었을까?


    강한자가 살아남는게 아니라 살아남는게 강한자다.

     

     

    우리 회사는 해외 여행 중심의 사업을 그나마 현실적으로 가능한 국내 여행으로 급 노선변경을 강행했다. 처음에는 해외 여행 플랫폼의 자리를 공고히 하는 목표와 다른게 아닌가하는 걱정을 여기저기서 들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원하는 목표와 방향성이 중요하지만, 생존의 문제가 걸린다면, 어떤 방법이 됐든 생존하는게 더 중요하기에 국내 사업 중심으로 회사가 돌아가는 것에 대해 불만은 없었다.

     

    그렇게 모든 프로덕트는 국내여행 중심으로 관심과 집중의 화살표가 하나로 몰렸다. 

     

    할 일이 없는게 아니라 할 일이 넘쳐났다. 그동안 준비가 미흡했던 국내 사업쪽에 필요한 피처들, 신규 국내 파트너들과의 API 연동 등으로 바빴고, 다른 팀분들은 국내 숙박, 항공(주로 제주도)을 성공적인 매출 발생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셨다.

     

    그렇다고 국내 사업만 했느냐, 그건 또 아니다.

     

    사람들의 니즈를 재빠르게 파악한 것인지, 고민을 하다보면 실마리가 보이는 것인지 랜선투어라는 상품을 만들어냈다.

     

    '랜선**' 이라는 용어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었지만, 랜선 여행을 상품화로 재빠르게 해낸 것은 대단하다.

     

    토발즈 형님이 말씀하신 'talk is cheap, show me the code'라는 말처럼 비즈니스에서는 'idea is cheap, show me the product'라는 말을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상품이 처음이다보니 아직 미흡한 부분이 있겠지만 점차 보완하고 발전할 것이다. 물론 소비자들이 돈을 주고 랜선으로 여행하는 것이 합리적인 소비라고 판단할까는 물음표가 있지만, 이미 넷플릭스, 멜론, 유튜브 구독(소리바다, 토렌트가 유행하던 시절을 생각해보라)에 드는 소비를 아까워하지 않는 점에서 랜선투어도 전망이 좋아보인다.

     

    본인도 이번주에 스페인 세고비아로 랜선투어를 떠나볼 예정이다. 비록 랜선투어지만 설렌다!

     

    번외로 친한 사업팀 중 한 분이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요즘 다른 회사들은 이런 상황(코로나)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얼른 지나가기만을 기다리고만 있는 것 같아요. 이 상황에서 우린 어떤걸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되지 않을까요?"

     

    이런 생각을 가진 분이 회사의 사업팀에 있으니 든든하다. 


    오픈소스 컨트리뷰터도 좋지만, 회사의 컨트리뷰터.

    참고로 나는 인성 문제 없다 - 출처: 피지컬갤러리

    개발자이기 전에 회사의 구성원이고 팀의 일원이다. 짧은 경력이지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인정과 격려만큼 기쁜 일이 없었다.

     

    회사가 발전하는데 내 공로를 인정받고 싶은 욕심이 일에 대한 추진력을 부여한다.

     

    최근 우리 파트가 끝낸 작업 중 하나인 예약 취소의 자동화가 가장 큰 유의미한 작업이었지 않을까싶다.

     

    운영분들이 직접 업체에 전화해서 예약을 취소해야하는 작업이 기존은 90%였다면, 이제는 90%가 자동화되고 10%정도 자동화로 커버되지 않는 부분을 수작업으로 하고 계신다.

     

    소프트웨어는 고도의 기술력이 물론 중요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홍익인간 정신 마냥 사람들의 생활을 좀 더 편하게 하고 사람들이 겪고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스스로 천생 개발자는 아니다라고 생각한게 새로운 기술을 보면 흥분하고 설레면서 얼른 써봐야지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만든 기능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편해졌다고 좋아하는 모습을 볼 때 더 설레고 행복하다.

     

    '내가 열심히 잘해봤자 회사만 좋은거 아냐? 내 월급은 똑같은데..'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생각이 바꼈는데, 열심히 일해서 삽질을 더 많이 해보고 틀려보고 오답노트 하듯이 다시 되새겨본 것들은 내 자산이었다. 경험의 산물은 회사가 좋은게 아니라 내게 좋은 것이다. 

     

    하고 있는 일이 내게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이 든다면, 진짜 그런지,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건지 판단해보고 전자의 경우라면 이직을 하는 편이 낫다. 이직할 땐 하더라도 당장 이직이 어렵다면 하고 있는 일에서 0.0001%라도 도움이 되는 것이 있다면 나를 위해서 뽑아낼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 고민을 멈추지 않도록.

    이 문제는 이렇게 해결하는게 맞을까? 이 애플리케이션의 역할이 이 역할까지 수행해야할까? 이 객체가 이 역할을 수행하는게 맞는가? 이 피처가 당장 리소스를 들여서 개발해야하는 피처인가?

     

    크게는 회사가 나에게 도움이 되고 있는가? 팀 컬러는 나와 맞는가? 사내의 문화는 바라던 문화와 얼마나 부합하는가? 를 고민한다.

     

    상반기 회고 때도 썼지만, 아직 업무에 미흡한 점이 많고, 잘해내기 위한 고민을 통해 산출된 결과가 최고의 결과가 아닐 때도 있지만 점차 나아지리라 믿는다. 시킨대로만 잘해내기보다 최고는 아니더라도 스스로 고민하고 결론을 적용해보는게 좋은 시도라고 본다.

     

    이 포스팅 또한 내가 개발해야하는 비즈니스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정리하는 자리가 되었다.


    결론

    코로나 시기긴 하지만, 여행 회사에서 죽을상으로 일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코로나가 끝났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억눌렸던 여행 욕구를 풀기위해 우리 회사의 서비스를 쓸 것이고, 나도 실컷 쓸 것이다.

     

    해외여행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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