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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뉴인턴에서 정규직 전환 실패에 대한 회고개발 일기장/직장 생활 2019. 11. 24. 16:42
정규직 전환 면접에서 떨어졌다.
3개월 동안 뉴인턴으로 카카오에 재직하며 평가기간을 거쳤다. 3개월 전에는 카카오 이직에 대한 후기를 남겼었는데, 3개월이 지난 지금은 실패에 대한 회고를 하고 있다니 씁쓸하다.
실패에 대한 기록 또한 훗날 나에게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에 이렇게 기록을 남겨둔다.
프로그래밍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너무 빨리 높은 자리에 온게 아닌가 생각이 많이들긴 했었다. 그러나, 세상의 기회는 완벽하게 준비 되었을 때 찾아오는게 아니라는 걸 알기에 찾아온 기회를 어떻게든 내 것으로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었다.
9월에 입사하여 곧장 제주로 갔다. 우리 셀이 메인으로 서비스하고 있는 서비스는 '1boon' 이라는 플랫폼이었다. 하루에 방문자 수가 백만 단위로 들어오는 트래픽 높은 서비스였다.(이미 많은 분이 사용하고 계시지만 더 많이 이용해주쎄요~)
맡고 있는 서비스가 좋았고, 셀분들과 대화를 나눌수록 실력자들이라는게 느껴졌다. 여기서 계속 일한다면 엄청 성장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입사를 하고 뉴인턴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3개월 동안 과제를 수행, 팀과의 fit, 성장 가능성 등등을 평가받고 최종적으로 전환 면접을 통해 정규직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입사하기부터 뉴인턴 과정을 거친다고 알고 있었고, 이직기에도 썼지만 떨어지더라도 카카오니까 내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다니던 회사를 망설임 없이 관뒀었다.
그렇게 뉴인턴 기간 동안 수행할 과제를 받았고, 입사 첫 달에는 추석이 껴있기도 했고, 카카오의 업무를 배우고 기존 서비스에 붙이는 과제라 기존 서비스 분석과 과제 일정이나 방향을 세워야했기에 2달째로 접어드는 시점에서 개발을 시작했다.
분석, 일정 수립을 1~2주, 개발 기간은 1달~1달 반이 걸렸다. 셀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술 중에 내가 써본 기술은 java와 spring 3 정도였고, 나머지는 처음 접하는 기술들이었다.(kotlin, spring5(webflux), apache storm, mongoDB, kubernetes 등) 개발 패러다임 자체가 바꼈기에 함수형 프로그래밍이나 async, non-blocking 처럼 개념적인 부분을 익혀야했다. 기존에 익숙해진 방식(blocking 방식과 명령형 프로그래밍)이 있어서 처음에 이해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읽어도 읽어도 이해가 안되어서...
뉴인턴 기간동안 과제를 수행하면서 막히거나 기술을 이해 못할때, 셀분들에게 여쭤보면서 종종 '전공자들은 알고 있을 지식을 내가 몰라서 끙끙대고 있는게 아닐까?' 거나 '다른 카카오 신입이라면 이정도는 거뜬히 해결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혼자만의 걱정이 점점 커져갔다.
셀분들이랑 경력 차이가 10년 이상 차이가 나기도해서 편하게 물어보라 하셨지만, 몇 번 고민하고 갈만한 문제도 10번은 더 찾아보고 고민하다 물어보았다. 그로 인해 시간 낭비를 했던 것 같다... 충고해주시는 말들도 내게는 덜컥해서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그만큼 위축되어있었다.
가끔씩 물어보시는 기술 질문에 '모르겠다'라고 답할 때마다 스스로 자책감이 커졌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이를 결국 떨쳐내지 못했던 것 같다. 자신감 있게 하라는 피드백을 끊임없이 받았지만, 이미 떨어진 자신감은 오르지 않았고, 더욱 경직되어갔다.
그럼에도 난 후회하기 싫었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떨어질 수 없었다. 과제를 완수해내기 위해 개발하는 2달 동안 딱 두 번, 그것도 오전에만 구경하고 오후부터는 과제 개발을 하는 주말을 보냈고, 평일은 야근을 하거나 집에서 vpn으로 개발을 했다.
온통 정신이 과제에 있다보니, 일상에서 사람들과 한 이야기나 셀분들이 알려주신 부분이나(까먹을까봐 무조건 기록했다) 금방 먹은 점심 메뉴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해서 결국 과제를 끝냈고 사내 오픈까지 했다. 정말 뿌듯했다. 그동안 정신없이 과제에만 몰두해서 사내 오픈까지 해낸 것이. 그러면서 얼마나 자신감이 없었는지, 다른 신입들이었으면 내가 한 이 고생만큼 안해도 충분히 만들어냈겠지? 란 생각을 동시에 했다.
남은 한 달은 이슈 처리, 필요해보이는 기능을 덧붙이고 발표 준비를 했다. 발표 준비도 소홀히 할 수 없어 이렇게도 만들어보고 저렇게 만들어보고 피드백을 토대로 수정하면서 과제를 개발할 때와 똑같은 일상을 보냈다. 사내 오픈을 하고 딱 한 번 2박3일 동안 제주여행을 했다.
이런 시간들을 거쳐 전환 면접을 보았다. 이 날은 카카오 직원이 아닌 면접자였고, 그 동안 수행한 과제와 뉴인턴 생활을 발표했다.
많은 응원을 받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 수 있는 대답들을 못했고, 대답 못한 부분들에서 얼마나 내가 부족해보였을까란 생각도 든다. 위축된 나를 결국 극복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아는 질문들도 머리가 하얗게 되어 얼버무리거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비전공자라 과제보다는 오히려 cs(computer science) 부분을 더 많이 물어보셨다.
비전공자이기에 컴퓨터 공학 공부를 소홀히 했다기보다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cs 공부를 1년 반 정도 다니던 회사에서 퇴근 후, 주말 짬짬이 독학하는 수준이었기에 머릿 속으로는 떠다니는데 말로 표현을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이는 아는게 아니라 모르는 것이다.
이렇게해서 난 뉴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실패했다.
팀장님과 면담을 했고, 피드백을 받았다. 주어진 미션을 잘 수행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무래도 비전공자다보니 컴퓨터 공학적인 사고에서 애매했다고 하셨다. 알고 있는 것 같지만 그것을 표현하고 설명하는 부분이 카카오 인재에 있어 애매하다는게 피드백이었다. 이 부분만 잘 보완하면 충분히 잘 해낼 거라 생각하신다며 1년 뒤에 다시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1년간 재지원 불가 제도 때문에)
셀분들과 회식을 하며 위로의 말과 조언의 말들을 많이 들었다. 많이 배웠고, 다른 곳에서 더 열심히 하고 잘해서 다시 뵐 날이 오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같은 뉴인턴분들과 또래 신입분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떠나야하는 아쉬움을 달랬다. 정규직 전환이 되면 같이 스터디도 하고 컨퍼런스도 다니고, 제주 구경도 하려고 했었는데...
정말 많이 아쉽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그리고 오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들을 많이 배웠다. 세상에는 뛰어난 개발자들이 많고, 이들은 어떻게 학습하는지, 어떤 열정을 가졌는지, 어떤 마인드를 가졌는지를 알게 됐다.
잠깐 우울해하고, 정비를 해서 다시 취업 전선으로 뛰어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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